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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위험한 계절_4부

    옆방의 기괴한 신음소리가 벽을 타고 웅웅거리는 눅눅한 여관방에서,

    침대 위에 던져두었던 핸드폰이 발작하듯 진동했습니다.

    화면에 선명하게 뜬 세 글자, ‘마누라’.

     

    그 글자를 보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 그대로 멎어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단순히 아내의 전화라서가 아니었습니다.

    떳떳하지 못한 자만이 느끼는, 무언가 심히 불안하고 불길한 예감이 직감적으로 뇌리를 스쳤기 때문입니다.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온 건 절규도, 고함도 아닌 서늘하리만큼 침착한 아내의 목소리였습니다.

     

    "지금 어디야? 당신, 지방 출장 중인 거 맞아? 아니잖아. 거짓말하지 마."

     

    아내의 첫마디에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습니다.

    평소와 다른 그 차가운 어조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선전포고처럼 들렸습니다.

     

    "오후에 우체부한테서 서류가 하나 왔는데... 대리 수령하고 나서 사실 열어볼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어. 그런데 봉투를 보는 순간 느낌이 너무 안 좋더라고. 그래서 결국 뜯어봤어."

     

    봉투를 열기까지 아내가 느꼈을 그 떨림과 의구심이 전화를 타고 제게 전이되는 듯했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못한 채 가쁜 숨만 몰아쉬었습니다.

     

    "근데 여기 적힌 ‘상간남’이니 ‘합의금’이니 하는 이 단어들이 도대체 무슨 소린지, 내가 지금 뭘 읽고 있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거든. 당장 설명해."

     

    아내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서늘한 추궁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제 목을 겨누었습니다.

    그녀의 남편이 결국 집으로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었죠.

    저는 더 이상 숨길 곳이 없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하지만 당장 그 서슬 퍼런 아내의 얼굴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미 들이켠 깡소주 기운에 머리는 어지러웠고, 심장은 터질 듯이 요동치고 있었습니다.

     

    “미안해, 내가 정말 죽을죄를 지었어. 잠깐 미쳤었나 봐...”

     

    비굴하게 용서를 구하면서도 속으로는 지독한 울분이 치밀어 올랐습니다.

    저는 단 한 번도 그녀를 집에 데리고 온 적이 없었습니다.

    동네 근처조차 얼씬거리지 않았는데,

    그 남자는 도대체 내 집 주소를 어떻게 알아내서 정확히 이곳으로 서류를 보낸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죠.

     

    '차라리 회사로 보냈으면 어떻게든 혼자 막아볼 기회라도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마도 남편이 저희 불륜 사실 증거를 수집할 때 의뢰했었던 전문 심부름센터 소행이 분명한 듯 싶었습니다.

    결국 제 가정도 똑같이 풍비박산 내버리겠다는 그놈의 잔인한 계산이었음을 깨닫자, 무력감과 함께 억울한 분노가 가슴을 쳤습니다.

     

    “일단 집으로 와 당장. 얼굴 보고 얘기해.너 혹시 여자랑 같이 있니? 그런거야?”

    "미안해... 내가 정말 죽을죄를 지었어. 지금 혼자 있고, 술을 한잔해서 운전대를 잡을 수가 없네. 한숨 자고 내일 아침 일찍 들어갈게. 가서 다 설명할게..."

     

    아내는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딱 한 마디를 남기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넌 진짜 나쁜놈이다... "

     

    아내와 전화를 끊고 난 뒤에야 핸드폰을 살피니, 우체부로부터 '배우자가 서류를 대리 수령했다'는 문자가 와 있더군요.

    극단적인 생각에 빠져 정신이 없던 탓에 그 중요한 경고를 확인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법원 등에서 오는 '특별송달'은 본인이 직접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반적인 내용증명은 가족의 대리 수령이 허용된다더군요.

     

    그날 밤 공원에서 그녀의 남편에게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로 연신 죄송하다고 사정사정하며 빌었었는데...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제 목줄을 옥죄어 올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저는 그저 깊은 한숨 섞인 체념밖에는 달리 할 수 있는 행동이 없었습니다.

     

    눅눅한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웠지만, 한없이 두근거리는 가슴 때문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습니다.

    눈을 감아도 아내의 차가운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고,

    설잠에서 깨기를 수십 번 반복하다 동이 트기 무섭게 여관을 나섰습니다.

     

    이른 아침, 안개 낀 도로를 달려 집에 도착했을 때 집안은 기묘할 정도로 정적에 싸여 있었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이들은 이미 학교에 가고 없었습니다.

    오직 아내만이 식탁에 앉아 팔짱을 낀 채 부동자세로 앉아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붉은색 도장이 찍힌 내용증명 서류가 마치 사형 선고문처럼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이미 모든 결심을 끝낸 듯 짐을 싸놓은 육중한 캐리어가 놓여 있었습니다.

    저는 아내 앞에 죄인처럼 앉아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50대 초반, 한 가정의 기둥이라 자부했던 사내의 어깨는 한없이 굽어 있었습니다.

     

    “아... 그래서 그때 그랬던 거야? 작년 가을에 갑자기 운동 시작하고, 주말마다 골프 친다며 새벽같이 나가던 게... 다 그 여자 만나러 가느라 그랬던 거냐고. 바람 피우느라고?”

     

    아내는 과거를 하나하나 복기하며 저를 추궁하다 끝내 본인의 배신감을 이기지 못한 채 짐승 같은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한참을 울던 아내는 충혈된 눈으로 저를 뼛속까지 얼려버릴 듯 노려보며 말했습니다.

     

    “도저히 당신 얼굴 보며 한 지붕 아래 있을 수 없어. 일단 내가 나갈 거야. 애들은 학교 가야 하니까 내가 데리고 나가진 않을게. 하지만 명심해. 애들도 곧 다 알게 될 거야. 당신이 어떤 아빠였는지. 이제부터 당신이 지은 죄값, 하나도 빠짐없이 다 받게 될 거니까 각오해. 당신은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를 한 거야. 아주 처참하게 벌 받을 줄 알아.”

     

    아내는 식탁 옆에 세워둔 캐리어를 거칠게 끌고 나갔습니다.

    바닥을 긁는 바퀴 소리와 쾅 닫히는 현관문 소리가 마치 제 인생의 폐장 신호처럼 들렸죠.

    텅 빈 집, 식탁 위에 덩그러니 놓인 내용증명... 저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앉아 있었습니다.

     

    핸드폰을 들어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야 하나 수백 번을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말을 한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고, 제 손은 차마 통화 버튼을 누르지 못한 채 허공에서 떨고만 있었습니다.

    사죄의 말조차 변명처럼 느껴질까 봐, 그리고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는 절망감이 저를 짓눌렀습니다.

     

     

     

     

     

    그날 이후, 아내의 예언은...

     

    댓글21

    김원장
    김원장 · 03-13
    다음편을 기대합니다
    햇살바람
    햇살바람 · 03-13

    기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루5끼
    하루5끼 · 03-13

    와이프 정답이었네 ㅎㅎㅎㅎ

    햇살바람
    햇살바람 · 03-13

    맞추셨네요. 댓글 감사드립니다.

    하루5끼
    하루5끼 · 03-13

    이혼서류 송달이 아닐까 십네요 ㅠㅠ

    햇살바람
    햇살바람 · 03-13

    다음 사연도 기대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자라네2
    자라네2 · 03-13

    와,좆같네. 남자가 살다 보면 바람도 좀 피우고 그러는거지.

    그 남편새끼한테 돈 줬나요? 줬는데 꼬발른건가요? 젊고 건장하다면서 마누라 간수도 몬한 놈이 뭐 그리 잘났다고 해꼬지래요?

    저렇게 차갑고 속쫍게 노니까 마누라가 나이든 남자한테서 그 반대면을 찾은건데 그것도 못깨닫고 저러는구만요.

    그냥 법대로 하고 그 새끼도 협박죄로 고소하시지 자식 거론하면서 협박한거 백프로인데.... .간통해봐야 어차피 그쪽도 위자료 2천짜리고.

    그리고 내가 마누라면 남편 자살하지 않게 먼저 토닥 거리고 나서서 문제 해결하고 나중에 죄를 물을듯.  

    잃을거 많은 사람이 궁지로 몰리면 죽기 쉽상이죠

    사모님이 최고 피해자인 내가 괜찮다는데 뭔 상관이냐 하고 나서는것처럼 무서운 해결법이 없죠.

    충청도 모 정치인도 그렇게 했으면 대통령도 나왔을텐데...

    나이 먹고 보니 눈 돌아가서 떡좀 친게 죽을 죄도 아니고 같이 사는 배우자나 부모가 뭔가 결핍을 줬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많더이다....

     

     

    햇살바람
    햇살바람 · 03-13

    공감해주시고 좋은 말씀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이어지는 사연도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할건먼저하고놀자
    할건먼저하고놀자 · 03-13

    이것도 일리있는 말입니다.
    애초에 그냥 안면에 철판깔고 대차게 밀고 나갔으면 오히려 전세를 역전시키고 승기를 잡을 수도 있었던거에요.
    나중에 이거 끝나면 시간될 때 실제 스토리로 한번 연재해야겠네요^^
    방구 뀐 놈이 성낸다고,  완전히 역으로 뒤집어 버린 실화입니다. 세상은 법과 싱식만이 통하는 그런 곳이 아니더라구요.
    물론 글쓴이처럼 주눅들고 소극적이 되는게 대부분이겠지만 말입니다.

    하이하이v
    하이하이v · 03-13

    하... 스토리가 너무 가슴아프네요 ㅠ 

    햇살바람
    햇살바람 · 03-13

    제 사연에 몰입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

    nothere
    nothere · 03-13
    왠만한 영화보다 감정이입이 됩니다...
    햇살바람
    햇살바람 · 03-13

    부족한 글솜씨인데 과분하게 칭찬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도너부리
    나도너부리 · 03-13
    2,3 부에 끝날줄 알았는데 ..
    절단신공 끝장나네요 ㅋ
    햇살바람
    햇살바람 · 03-13

    계속 잘 읽어주시는 거 같습니다.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이제곧대박
    이제곧대박 · 03-13
    작가하셔도 될듯 ㄷㄷㄷ
    글에 몰입이 됩니다
    햇살바람
    햇살바람 · 03-14
    과찬이세요 몰입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회색파
    회색파 · 03-13

    꽃뱀한테 걸린거 같은데요

    할건먼저하고놀자
    할건먼저하고놀자 · 03-13

    가능성이 있는 지적이네요. 일반적인 착한 여자는 절대 아니네요

    magmax97
    magmax97 · 03-14

    써주신글보고 완전히 끝난글은 아니기에 적기 뭐하지만 생각만 좀 적어본다면요~~~~~

     

    팩트만 딱 놓고 보면 분명 외도라는건 잘못인건 맞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게 말이죠...

    헐리우드 배우들(여기선 꼭 연예인만을 얘기하는건 아닙니다. 졸부, 정치인 등등)은 모두 다 양다리, 문어다리고 지 돈 수준되는대로 사귀는지 몰라도 다 돈을 처리하고 재혼하고

    또 맘에 안들면 바꿉니다. (여기선 새로운인연, 재혼이라는 표현이 오히려 안맞죠)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건 그사람 능력이고,  그사람 사생활이지 ...나는 그사람 영화만 본다~는 식으로 팬심을 고수하는게 요새 세상이더군요

    우리나라 대빵이 일반적인 사람이었으면 사회적으로 수십차례 매장되었고

    빽따방씨도 일반 자영업자였으면 언제 영업정지당하고 역시 두번다시는 방송이고 뭐고 얼굴내밀지 못하게 되었을거라는거죠

    최근 눈치보여 도망갔던 리휘줴롸는 녀석도 돈은 좀 있어도 지가 사회여론을 덮을만한, 그리고 지를 다시 아무일없었다는듯 사생활은 사생활이고 연기는 연기다(돈벌수있는놈이다)라고

    생각하고 다시써줄 사람들의 마음을 잡을만한 능력은 없었기 때문에 굳이 먼나라가서 찌그러져 살고 있는거죠.. 그래봐야 지 돈만 더 드는데 뭐하러 거기까지 간건지...

    오히려 도망친게 더 바보처럼 보이는 그런상황이죠...

     

    암튼 사설이 길었지만~

    님이 능력이 있었다면, 연예인, 정치인, 돈많이 등등.. 오히려 합법을 내세운 협박성 우편물같은건 없었고 소액?정도로 끝낼수 있었을건데

    그게 좀 안타깝네요. 결국 님이나 저와같은 민초는 결혼하기도 어렵지만 결혼생활유지하는것도 어렵다라는것이죠 

    우스개로 결혼지옥, 솔로천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와이프야 그렇다고 하지만 아이들이 제일 큰 문제(였겠)죠.. 

    어떻게 보면 와이프는 이 일을 통해 자기가(도) 책임져야할 아이들을 바람핀남편의 씨 라는 이유로, 분하다, 더럽다 등등으로 팽계치고 가버린거잖아요

    아이들 입장에선 엄마따라가는게 맞거나 거취선택을 하게 해야하는데..그냥 나가버리다니~

    엄마가 나갔으니 아빠를 제대로 볼리도 없고, 그렇다고 아빠한테 생활비 안받고 살지도 않을거면서 말이예요..

    참 서로가 난감한거(였겠)죠~

     

    아뭏든 지난일은 어떡하겠어요마는~

    스스로 위로하셔야죠모....내가 잘못했고, 실수했고, 참지못해 사단났지만 좀 뻔뻔스럽지만 무슨 징역갈만큼, 전자발찌찰정도짓까진 아니었다!!!

    사기로 세상 시끄럽게한 전청조 련의 아부지 전창수도 부모라고 얼굴내밀고 다니고, 전청조를 카톡을 통해 (사기적인것..)조언, 도움까지 줄정도니~

    본인이 그런사람이 아닌것만해도 그나마 다행인거라 생각하며 지내주세요.

    현재 와이프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셨는지 모르지만

    와이프와 깨졌다면 와이프는 잊으세요. 와이프를 욕하는건 아니지만  위에 적은대로 위험한 순간이 오면 모든것을 다 내려놔버리고 자기만 살겠다고 나가버리는 그런사람이었습니다.

    아이들과는 만약 헤어지더라도(물론 애들이 크면 이제 제살길 찾아 가느라 헤어지겠지만)  그전까지는 더이상의 충돌은 없도록

    잘 추스르며 지내(셨겠지만) 는것이 제일 중요한 점이라 생각되네여~~

     

    (여기선 고소남이라고 할께요) 

    다 적지 않으셔서 모르겠지만  고소남이 회사에까지 내용증명이나 다른 짓을 하지 않은게 

    어떻게 보면 집 안에서 사단이 나더라도 해결/처리하는 수준이 된다는걸 모르는(생각이 짧은)게 아니었나 싶네여

    요새 취업란 등등으로 인해 어지간해서 회사에서도 잘라버리려 (인건비 절약등)  벼르고 있는게 업체입장이던데

     

    회사에까지 알려졌다면 정말 현재상황에서 남은가족(아이들, 그리고 위자료 줘야하는 와이프)과  합의금줘야하는 고소남의

    처리를 못하게 되고, 앞으로의 사회생활도 힘들었을거 같지만

    집으로만 보냈다고만 적으신거보니 그나마 오히려 다행이다 라고 생각해주심이 좋을것?같다 생각됩니다.

     

    햇살바람
    햇살바람 · 03-14
    긴 댓글 꼼꼼히 잘 읽었습니다.
    전부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일반적인 불륜과 이혼과정이였다면 너무 진부해서
    이렇게 글을 끄적거릴 이유도 없었겠죠.
    저의 드라마틱하고 비극적인 사연이 어땠는지
    앞으로 잘 봐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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