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단 한 번도 제 전화를 피하지 않았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죠.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에 가까운 발신음이 제 고막을 때릴 때마다 제 심장은 이미 갈기갈기 찢겨나가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마치 자비를 베풀 듯 연결된 통화 너머로 들려온 건 제가 그토록 사랑했던 그 부드러운 숨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적당히 좀 하세요! 부장님 때문에 내 가정이 풍비박산 났는데, 지금 제정신이에요?"
그녀의 목소리는 얼음장보다 차가웠습니다.
제가 이혼까지 결심하며 제 남은 인생을 통째로 걸어보겠다고,
우리 같이 어디론가 떠나자고 애원하듯 속삭였을 때 그녀는 짧고 냉소적인 비웃음을 내뱉었죠.
"혹시 부장님..우리가 몸 섞은 정 때문에 이러시는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매달리시는 거냐고요?"
"아니 그게 아니라 내 말을 좀.."
"정신 좀 차리세요, 좀! 나도 이제 내 길 찾아서 살아야 될 거 아니에요. 부장님만 입 다물면 돼요. 그러니까 제발, 다시는 나한테 연락하지 마세요. 알겠어요?"
모멸감이 가득 섞인 그 서슬 퍼런 경고를 끝으로 통화는 무자비하게 끊겼습니다.
저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 채, 검은 화면만 덩그러니 남은 핸드폰을 멍하니 내려다보고만 있었죠.
그녀의 마지막 말들은 제 가슴에 날카로운 유리 파편처럼 박혔습니다.
제가 사랑이라 믿었던 그 모든 시간이 그녀에게는 그저 떨쳐내야 할 구질구질한 과거일 뿐이라는 사실에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습니다.
지옥은 회사에서도 이어졌습니다.
그녀 남편의 폭로였을까요? 아니면 그녀 짓이였을까요?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영문도 모를, 하지만 너무나도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소문들이 이미 사내를 뒤덮고 있었죠.
평소 제가 가장 아끼던 후배인 O과장과 함께 옥상에서 담배를 태우던 자리였습니다.
늘 싹싹하게 굴던 녀석마저 제 눈을 피하며 머뭇거리다 어렵게 입을 뗐습니다.
"부장님...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습니다. 일단 며칠 연차라도 쓰시고 좀 쉬시는 게 어떠실까요?"
O과장의 그 조심스러운 제안은 역설적으로 제가 더 이상 이곳에 발붙일 곳이 없음을 재차 확인해주는 사형 선고와 같았습니다.
복도를 지나갈 때마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직원들의 뒷모습,
저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돌리는 후배들의 시선...
20년 넘게 청춘을 바친 일터가 하루아침에 가시방석이 되어버렸습니다.
숨이 막혀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죠.
결국 저는 집에다가는 '급한 지방 출장'이라고 거짓말을 하고는 장기연차를 냈습니다.
하지만 제가 향한 곳은 출장지가 아닌, 서해안의 어느 한적하고 쓸쓸한 부두였습니다.
50대 초반, 가장으로서의 무게와 한 남자의 자존심을 모두 잃어버린 채 저는 검은 바닷물이 찰랑이는 부두 끝에 섰습니다.
거센 바닷바람이 뺨을 때릴 때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만 내디디면, 저 깊고 어두운 심연이 이 모든 수치심과 고통을 삼켜줄 것만 같았죠.
난간에 발을 올리고 눈을 감았습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보다 "사라지고 싶다"는 욕망이 더 컸습니다.
비겁하게도, 저는 죽을 용기조차 없는 놈이었습니다.
난간을 붙잡은 손에 힘이 빠지며 바닥에 주저앉아 짐승처럼 울부짖었습니다.
젖은 몸을 이끌고 찾아 들어간 곳은 부둣가 근처의 아주 허름한 여관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뷰도 좋고 시설도 좋은 호텔 같은 곳을 찾는 것조차 분에 넘치는 사치이자 죄악처럼 느껴졌습니다.
스스로를 학대하듯 선택한 그 남루한 공간이 차라리 마음 편했죠.
벽지가 누렇게 뜬 그 좁은 방에 누워 있는데, 얇은 벽 너머로 옆방 남녀의 적나라한 신음소리가 들려오더군요.
그 노골적인 소음은 제 처지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습니다.
저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이 세상의 전부인 양 뜨거운데, 나는 한때 저런 쾌락에 취해 내 인생 전체를 도박판에 올렸다가 모든 걸 잃고 여기 처박혀 있구나...
그 대비가 너무나도 극명해서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인생의 가장 화려했던 계절이 지나고 남은 것이 고작 이 눅눅한 이불과 옆방의 천박한 신음소리뿐이라는 사실이 저를 더 깊은 나락으로 밀어넣었죠.
세상이 나를 잊어주길 바라며 줄담배와 깡소주를 들이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심판은 이제부터 시작이었습니다.
텅 빈 방안에 날카로운 진동음이 울렸습니다.
발신인을 확인하는 순간 제 숨이 멎는 것 같았죠.
발신인은 바로...
어떤 것이 생각나셨는 지는 모르겠지만 댓글 감사드립니다.
와이프 겠죠...
제 글에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인생이란 게.. 참 슬픈 거 같습니다.
부족한 글솜씨인데 칭찬 감사드립니다.
발신인이 과연...
과연 누구였을까요? 댓글 감사합니다.
1,2,3편 다 봤는데, 필력이 좋으십니다 ㅎㅎ 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과찬이십니다. 기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형님.. 빠져들게 만드는 글을 너무 잘쓰십니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신다는 것은 어느정도 안정화가 되었겠지요? 건강 하세요... 그리고 다음편 기대합니다^^
과분한 댓글 정말 감사드립니다.
와.... 표현력이 정말 좋으십니다.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나가는 줄 알았는데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나 보네요.
이 정도면 작가로 데뷔하셔도 충분한 소양을 갖추고 계신겁니다.
아닙니다. 부끄럽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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