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흥도 무서워 못달리고 그냥 옛날 생각하며 시간 죽이고 있는 회원입니다.
옛날 옛적 지방 모텔에 가서 전화 하면 오봉이 배달되던 그런 시절 얘기입니다.
친구와 삼척쪽에 보름 정도 일을 하게 되어 모텔에 장기 투숙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녁이 되니 20대 피끓는 청춘,할일도 없고 오봉이나 불러서 노가리나 까자 하고 다방에 전화를 하니 아주 어리고 예쁜 아가씨하나가 왔더군요.
아니 이런 시골에 뭐 저런 아가씨가 일을 하나 신기해 하고(우리들도 순수한때라...) 이야기를 해보니 저기 이름도 기억나지 않을 강원도 골짜기에 태어나서 조실부모 하고 할아버지 손에 크다가 대처(?)에 나온 그야말로 잡초처럼 살아온 아가씨더군요.
강원도 아가씨 답게 정말 왜 이런 아가씨가 다방에 있나 싶게 순수한 언니였습니다.
학력은 중졸,일가친척 하나 없이 의지할때라고는 다방 삼촌하고 이모뿐이더군요. 다행히 다방에 빛이 있거나 잡혀 있는 상태는 아닌듯 하더이다.
그뒤로 셋이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먹고 친해졌다 싶을 무렵 일이 끝나 잘 지내라고 인사를 하고 서울로 올라 왔습니다.
그런데 일년 정도 지나 그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다방녀를 사랑한다. 결혼 하려고 부모님한테 인사를 드리려고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자초 지종을 들어 보니 서울에 올라온 뒤에도 연락을 계속 했고 아예 일도 접고 반년 동안 삼척에 내려가서 동거를 했더군요.
이모,삼촌 배달도 도와주고 말그대로 기둥서방 노릇을 한겁니다.
그 친구 대학도 괜찮은데 나오고 집안도 고위 공무원 집안에 남부러울것 없는 집 외아들인데,기가 막혀하니.
자긴 저렇게 순수한 여자 처음 봤다고 자기가 지켜 주고 싶다고 하네요.
사람이 조건을 보고 비슷한 환경에서 결혼해야 행복할수 있다,화류계 여자랑 결혼하면 나중에 좆된다 하며 늙은이 같은 조언을 열심해 해줬는데 저때 문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요인 때문인지 몰라도 얼마뒤 여자를 정리 했다고 하더군요. 여자는 자살한다고 자해를 하고.... 마음 고생이 정말 컸겠더라구요.
십수년이 지난 지금,그 친구는 정말 '조건'이 맞는 여자와 결혼을 했습니다. 집안도 비슷하고 학벌도 그럴 듯한 여자,그런데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더군요.
딱 요즘 스타일의 여자,아침밥 챙겨주면 큰일나는줄 알고 시댁의 시자만 꺼내도 경기하는 여자,매일 돈돈 하는 여자.
친구랑 소주를 마시다가 괜히 제가 미안해 지더군요. 그 여자랑 결혼했으면 더 행복 지 않았을까?
그 여자는 도대체 지금 어떻게 지낼까? 생각이 들더군요. 뭐 이 나이까지 다방을 전전하지는 않겠지요?
저도 그 '조건'을 맞춰 결혼했다가 좆된 놈들중 하나기에 순수한 사랑이란 뭘까 그 진부한 질문을 던져 봅니다.
그냥 그런 시절이 있었다구요. 순수했던 시절이...
잠시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네요ㅠ
알수업죠
가지 않은 길 이라는 시가 생각납니다...
인생에 가정은 없죠..ㅎㅎ
댓글 작성 권한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