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란 무엇인가 - "발효" 와 "부패"
'발효'와 '부패', 같은 듯 다른 듯
대중들이 참 좋아하는 단어가 있다. '천연', '자연', '발효', '미네랄', '비타민' 등이다. 다 아는 말이지만 이 중에 특히 좀 고상해 보이면서도 설명이 어려운 게 바로 발효라는 단어이다. 뭔가 알 듯 한데도 설명하자니 말문이 막힌다는 것.
요즘 발효(醱酵)라는 단어가 일반인에게도 통상적으로 쓰인다. 아마도 영어단어 fermentation을 일본에서 번역해 쓰던 것을 우리가 차용한 듯하다. 순수 우리말로는 '띄운다'로 대신하는 게 제일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비슷하게는 '삭히다' '숙성하다'라는 말도 있다. 따라서 발효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
한자로 쓰면 술괼 발(醱) 삭힐 효(酵),즉, 술을 삭힌다는 뜻이 되나 실제 술은 삭혀서 만드는 것이 아니며 또 이 단어가 술에만 적용되는 것도 아니라서다. 발효라는 말은 간장, 된장, 젓갈, 유기산, 아미노산, 조미료, 의약품 등의 생산에 폭넓게 쓰인다.
더구나 식품 중에는 어떤 것이 '발효(띄운)'인지, '삭힌 것'인지, '숙성'인지 구별이 안 되고 또 어느 쪽에 넣어야 할지가 헷갈리는 것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발효란 무엇인지 정의부터 해보자.
발효의 전통적인(고전적인) 정의는 '미생물이 무산소 조건에서 사람에게 유용한 유기물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되어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효모균의 '알코올 발효'와 젖산균의 '젖산 발효'이다. 가장 먼저 인류가 찾아낸 발효가 무산소 상태인지라 이런 풀이가 나온듯하다.
그러나 현대식 정의는 좀 다르다. '어떤 먹거리나 유기물이 미생물 혹은 미생물이 생산하는 효소의 작용에 의해 사람이 의도한 대로 유용하게 바뀌는 것'을 발효라 한다. 이때 반드시 무산소(혐기성)일 필요는 없다. 호기성발효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또 미생물이 관여하지 않고 단순히 효소에 의한 물질변화는 발효라 하지 않고 화학반응으로 본다.
그럼 미생물에 의해 인간이 의도한 대로 변화하지 않으면 무엇인가. 이게 바로 '부패'라는 것이다. 가령 술을 만드는 목적으로 발효를 했는데 식초가 만들어졌다면 이는 여지없이 부패에 해당된다. 애초에 식초 발효가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식초를 만드는 의도였다면 이것은 훌륭한 발효가 된다.
그렇다면, 과연 발효와 부패는 어떤 점이 다른가. 목적에 따라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는 거, 즉, 조작과 과정이 같아도 목적에 따라 발효도 될 수 있고 부패도 될 수 있으며 민족의 식문화나 식습관, 개인의 기호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이 된장을 싫어하고 한국 사람이 곰팡이 썬 치즈를 싫어하는 것, 냄새 지독한 삭힌 홍어가 지방과 기호에 따라 평가가 달리되는 것도 발효와 부패의 개념으로 보면 된다. 누구에게는 훌륭한 발효식품이지만 또 누구에게는 악취 나는 부패식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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