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바탕으로 쓴글입니다
너무나도 간절히 원하면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게 아니라 엄청나게 느리게 흐른다고 한다. 지금의 에릭은 시간이 거의 멈춘 것처럼 느끼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아현이 갑자기 마음을 바꿔버리면 어떡하지?’ 라는생각까지 겹치니 밥을 먹어도 모래를 씹는 것 같고, 편히 앉아 있어도 가시방석 위에 앉아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의 이 압박감은 분명히 이제부터 앞으로 다가올 거대한 쾌락의 시대를 위한 댓가라는 것을. 이 시간만 견디고 나면, 분명하게 무언가 달라질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시간이 흘러 토요일 저녁 7시. 긴장감, 압박감, 걱정스러움 등등모든 고민을 끌어안고 있던 에릭은 약속시간보다도 한시간이나 빠르게 아현과 함께 도착하였다. 마음같아선 술이라도 병째로 들이켜서 이 긴장감을 풀어내면 좋으련만, 또 그렇게까지 먹으면 처음 보는 사람을 볼 수가없다. 에릭이 입안에 방습제가 가득한 것처럼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는 것과 대조적으로 아현은 호텔라운지에서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에릭이말한다.
“자기야 긴장도 풀 겸 한잔하자.”
어찌나 긴장하였는지,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모든 것을 그의 주도하에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이 일에 따라와 준 그녀가 잘못되거나 상처입는다면... 자신의 성욕은 고사하고, 그녀의 얼굴을무슨 낯으로 보아야할까. 하지만 아현이 심드렁하게 말을 받는다.
“자기나 마셔. 이미 결정되고 도착해서 기다리는데 왜 이렇게 긴장하는거야? 난 긴장 안되는걸.”
굳이 말하자면, 아현은 조금은 평온하게 조금은 두근거리고 있었다. 평온한 이유는 큰 이유는 아니었다. 자신이 사랑하는사람을 믿지 않는다면, 누가 그를 믿어줄 것인가? 자신이 다치는 것을 털끝만큼도 싫어하는 에릭을그녀는 믿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설레는 것은 그런 그가 열심히 준비한 사람이라면 얼마나... 잘생긴 사람일까. 그리고 그 잘생긴 사람은 오늘 밤 어떻게 풀어나갈까? 하는 생각까지도 하고 있었다. 그런 아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런 새로운 상황에서 보이는 그녀의 여장부 같은모습에 그는 살짝 감탄하며, 물을 한잔 마시고, 시계를 바라보고, ‘그 사람이 안오면 어떡하지?’ ‘그 사람이 뽀샵으로 만진 얼굴이면 어떡하지?’ 그사람이 혹시나 나쁜 마음을 먹고 있으면 어떡하지?‘ 별의 별 상상을 하고다시 물을 한잔 마시고를 반복하며 흡사 맹수 앞의 초식동물처럼 바짝 긴장하고 있는 에릭이었다.
7:50 약속시간 10분전 도착한 오늘 만나기로 한 ‘우빈’이 도착했다. 그 순간, 에릭은 가장 먼저 우빈의 얼굴을 본 아현의안색을 살폈다.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간 것을 확인하자, 일단 가장 먼저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그와 동시에 가슴의 고동소리가 거세져간다. 오늘 저 남자에게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여인은... 그 생각을 하니 흥분감으로 가슴이 터질것만 같아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아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랑하는 남자는 제법잘 간택한 것 같았다. 꽤 세련되게 생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처럼 보였다. 안도하는 두 사람은 한 사람을 향해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말을했다.
“안녕하세요.”
‘우빈’ 도 정중하게 인사를 받으며, 듣기 좋은 편안한 목소리로 답해주며, 자리에 앉았다.
“네 안녕하세요.”
순간 잠시 정적이 흐르고, 그 어색함을 견디지 못한 에릭이 웃으며 ‘우빈’ 에게 말을 걸었다.
“생각보다도 사진보다도 더 잘생기셨는데요? 연예인 같아요~ 그리고 운동도 하시는지, 몸도 엄청 좋으신데요??”
에릭의 말은 빨랐다. 즐거워서가 아니었다. 안도감도 잠시, 이 어색한 분위기를 아현이 싫어하면 어떻게 하나. 막상 실제로 보고나서 그녀가 거부감을 느끼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순식간에 커져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현은 웃으며 그의 얼굴을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우빈’ 은 그저 그 말을 받으며,
“네. 운동은 꾸준히 하고 있어요”
라 다시 답해주었다. 약간의 조바심이 나서일까? 에릭이 이번에는 아현에게 말을 한다.
“자기도 무슨 말좀 해봐 어색하잖아.”
진심이었다. 그리고 어색함에서 이어지는 아현의 거부감을 그는 가장 두려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현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에릭에게어디서 구했는지 묻고 싶을 정도로, 그는 자신의 스타일이었다.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이 못생긴것은 아니지만, 여자라면 한번쯤은 잘생긴 사람에게도 안겨보고 싶은 남자들의 로망과 대칭을 이루는 판타지가 있는 법이었다. 그리고 ‘우빈’ 은 그 판타지를 이뤄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혹시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자신에게는 에릭이라는 이름의 안전벨트가 있었다. 무엇을 더 걱정하겠는가?
“정말 잘생기셨네요. 호호호...”
이 후의 상황을 그녀는 머릿속으로 조금 그린 것일까. 느릿하게 뛰던 가슴이 조금씩 조금씩 빨라지는 것을 그녀는 느꼈다. 말이 몇 번 돌고, 술도 몇순배 돌고, 어색하던 분위기는 조금씩 조금씩 녹아들어 사라진다. 아현은술을 마시면서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목소리를 보았다. 상당히 괜찮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런 사람한테라면... 그 생각을 하자 아현은 에릭에게 손가락으로 오케이를 그리며 할 수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순식간에 에릭의 마음이 극도의 안도감과 동시에 흥분감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이제 그 동안의 노력을 보상받을 시간이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조바심을 내면 안된다. 그렇게 생각한 그는 겨우겨우흥분되는 마음을 억누르며,
“그럼 자기야, 자기 먼저 내려가서 씻고 준비할래? 씻는데 얼마나 걸릴 것같아?”
“그래. 먼저 내려가서 씻을게. 30분정도 걸릴 거야.”
하고 말을 마친 아현은 호텔방으로 먼저 돌아갔고 남은 둘은 아현에게 하지 못한 실무적인 대화를 이어갔다. 거세게 뛰고있는 마음을 겨우겨우 진정시키며 에릭이 말한다.
“먼저 말씀드렸다시피 저희커플은 경험도 없고 해서, 많이 긴장하고 조금은 두렵습니다 아직은 마사지까지만 동의가 된상태라 잠자리까지 진행이될 지 안될지는 잘모르겠어요.”
그러자 ‘우빈’ 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마사지만 받으셔도 되고, 섹스를 원하시면 섹스까지 하셔도 됩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마사지에서 끝내고 싶지는 않지만, 진인사대천명이라던가, 이미 자신을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고 생각했다. 이제부터는 하늘의영역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조금 격양되었던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러고는 다시 담담히 그에게 말한다.
“네 저는 섹스까지 진행을 했으면 하는데, 그게 제 마음대로 되는건 아니니까요. 만약에 마사지도중에도 불쾌함을 느끼면중단해 주셔야해요.”
“네.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최대한 편하게 해드리록 노력할게요.”
정말 듣던중 고마운 말이었다. 이렇게 말을 들으면 그에게 기대감이 더욱커지는 것이다. 에릭은 만일의 상황을 대비하여또 가슴을 두근두근하며묻는다.
“그리고 만약에 섹스까지 진행을 한다면, 저는 어떤식으로 참여를 하면될까요?”
“편하신대로 마음대로 하시면되요. 저는 거기에 맞춰드릴 겁니다.”
그러자 이제는 마지막 출정 전에 ‘우빈’ 이 입을 연다.
“혹시 주의사항이 있나요?”
그 말에 에릭은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불현 듯 떠오른 것을 그에게 말한다.
“네. 일단 첫 경험이라 그런지 키스하는 건 보고 싶지 않아요.”
그렇다. 질투감이 쾌락을 불러오지만 너무 과한 질투감은 쾌락이 아닌 자신의 몸을 태울 것이다. 그리고 첫 키스는 너무나도 큰 질투감을 유발할것이다. 그것만은 아직은... 아직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러자 ‘우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하지않는 이상은 저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곤 두 남자는 웃으며 술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 앞으로 다가올시간을 기대하면서.
그리고 그 대화에서부터 30분전.
아현은 샤워부스에 들어가, 온수를 틀었다. 제 3자가 본다면 아마 이해하지 못할 상황이리라. 사실 지금도 그녀는 지금 상황이 머리로는 이해하지못했다. 하지만 왜 이리 첫사랑을 앞에 둔 소녀의 마음처럼 자신의 마음은이렇게 뛰는건지. 그와이야기 했을 때 혹시나 자신의 심장소리가 에릭과‘우빈’에게 들리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두근거림은 잦아드는게 아니라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물줄기가 그녀의 몸을 때리고 흘러가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그녀의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인곡선이 물에 가려지고 보이기를반복한다.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그 몸은 마치 신이라는 이름의 유명한 도예가가 열과 성을 다해서 빚은 미형의 도자기와도 같아보였다.
몸을 씻고 나와 침대에 걸터 앉아 아현은 멍하니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자신이 신호를 한다면, 무엇이든 시작될것이다. 어쩌면 앞으로있을일을 막을 마지막 기회이기도 했다. 아현은 잠시 에릭의 얼굴을 떠올리고, 그리고 마지막으로‘우빈’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다 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다음편에 계속>
빨리 진행부탁드려요
기다리다 미칩니다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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