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여탑주소는 yeotop7.org이며, 이후 예정 주소는 yeotop8.org 입니다.

    v2 사이드 1 · 340×122
    v2 사이드 2 · 340×122

    재미있는 시 한 편 소개해보려 합니다.

     우연히 알게 된 시인데 참 재밌어서 이 느낌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폭설(暴雪)
                                             오탁번

    삼동(三冬)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南道)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내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 워메, 지랄나부렀소잉!
    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

    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뿐
    온 천지(天地)가 흰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느님이 행성(行星)만한 떡시루를 뒤엎은 듯
    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내렸다

    좆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
    윗목에 놓인 뒷물대야를 내동댕이치며
    우주(宇宙)의 미아(迷兒)가 된 듯 울부짖었다
    ― 주민 여러분! 워따, 귀신 곡하겠당께!
    인자 우리 동네, 몽땅 좆돼버렸쇼잉!


     유투브에서 검색해 보면 낭독본도 종종 보입니다. 그 중 이혜선이라는 분이 
    낭랑한 목소리로 낭독한 자료를 링크해 봤습니다. 아주 차분한 목소리로 이 시를
    낭독하시는데 느낌이 묘합니다. ㅎㅎㅎ

    댓글0

    댓글 작성 권한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