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전 4회 입니다.
즐감하셔요. . .
옹녀가 고개를 살풋 숙였다.
이어서 각설이 들이 차례대로 이놈은 껄떡이구만유, 이 놈은 촐랑이구만유, 이 놈은 말뚝이구만유, 이 놈은 판쇠구만유, 이 놈은 꼭지구만유, 하고 자기 이름을 대며 큰 절을 했다.
그때마다 옹녀가 빙긋빙긋 웃으며 반갑소, 참말로 반갑소, 하고 인사를 받았다.
움막식구들과 상견례가 끝났을 때 왕초 박달근이 걸망을 가리키며 말했다.
"넙죽아, 걸망을 열어보그라. 돼지괴기 두어근에다 양반님네들이 살은 다 뜯어 잡수시고 뼈다귀만 남은 닭이 두어 마리 있을 것이니라. 거기에 쌀이나 두어 대접 퍼넣고 닭뼈죽을 끓여보거라."
"예, 왕초성님. 오늘 아침에는 이놈들 배때지가 웬 횡재인가 하겠구만유. 모처럼의 기름진 음식에 설사나 안헐랑가 모르겄구만유."
"설사를 할 때 하드래도 폼나게 한번 묵어보자. 느그 성수님도 오셨으니, 허리띠 풀고 한번 묵어보자." "예, 성님. 히히."
넙죽이 놈이 넙죽거리다가 걸망을 들고 솥단지가 걸려있는 움막 뒤로 돌아갔다.
각설이 두어 놈이 어슬렁거리며 따라갔다. "임자, 내 움막으로 들자구."
박달근이 옹녀를 돌아보았다. "예, 서방님." 옹녀가 다소곳이 따라갔다.
왕초 박달근의 움막은 산비탈을 깎아내려 바람막이를 한 곳에 외따로 세워져 있었다.
왕초의 움막이라 그런지 제법 바닥에는 황토를 두툼하게 발라놓았고, 황토 위에 멍석이 깔려있었으며, 이부자리도 바닥에 펼쳐 놓은 것이 둘에다, 한 쪽 구석에 개어 포개놓은 것이 또 두개가 보였다.
그 이부자리를 모두 깔고 덮는다면 무게에 눌려 질식사는 할지 몰라도 얼어죽지는 않을 것 같았다.
'여기가 앞으로 내가 살아갈 집이란 말이지? 각설이 대장 박씨 성을 가진 사내와 살맞대고 살아갈 집이란 말이지?'
옹녀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박달근이 손을 잡아 앉히며 말했다.
"임자, 어설플 것이구만. 그래도 어쩌겄는가? 나같은 동냥치를 만난 자네가 잘못이지. 허나 각설이 팔자가 상팔자라고, 살아보면 임자도 재미를 들일거구만. 평생가야 먹을 걱정을 하는가, 입을 걱정을 하는가? 잠자리 걱정을 하는가? 마음은 대가집 안방마님보다 더 편할 것이구만. 그리 알고 사는데까지 살아보세."
"이 년한테는 과분하구만요. 죽을라고 했던 목숨이 아닌가요? 서방님이 살려주셔서 덤으로 사는 목숨이 아닌가요? 이 년도 피박질도 나갈 것이며, 햇살 따뜻한 날에는 식구들의 옷가지도 빨아드릴 것이구만요."
옹녀의 말에 박달근이 허허허 웃었다.
"아스소. 계집 동냥치는 아새끼들의 돌팔매질 때문에 나가지를 못한다네. 옷을 빨아 준다고? 허허허, 임자가 모르고 하는 소리지. 동냥치한테는 너덜너덜한 누더기 옷에 때가 새까맣게 낀 것이 밑천인데, 그걸 빨아주겠다고? 누구 밥줄 끊을 일이 있는가? 행여라도 옷이 더럽다고 빨래를 할 생각일랑 말게."
"그것이 또 그런 갑소이. 하면 이 년은 판판이 손을 놓고 놀고 묵으란 말씀이요."
"임자가 내 곁에 있는것만해도 나는 황송해서 몸둘바를 모르겄구만. 날마다 예쁘게 꽃단장하고 서방님 맞을 준비나 허소."
"서방님 은공은 잊지 않겠소. 서방님을 하늘같이 모시고 살겠소." 옹녀가 눈물까지 글썽였다.
"흐참, 사람도 울기는. 아무리 동냥치 움막이라고 해도 산설고 물설은 오랑캐 땅보다는 안 낫겄는가?" "암요, 암요."
옹녀가 박달근의 품으로 얼굴을 묻으며 어깨를 들썩였다.
그때였다. 밖에서 고하는 소리가 들렸다. "왕초 성님, 닭뼈죽이 다 되었구만유. 마님 뫼시고 얼렁 나오세요."
"이눔아, 오늘부터 성님 밥상은 따로 차리라고 일러라. 남녀가 유별한데 네 성수씨가 어찌 불한당겉은 네 놈들과 밥상을 마주한다는 말이더냐?"
박달근이 밖을 향해 호통을 쳤다. "이놈이 미쳐 그 생각을 못했구만유. 성님 밥상은 따로 차려 오겄구만유."
넙죽이가 그렇게 말하고 돌아갔다. 박달근이 옹녀를 다시 가슴에 품었다.
"임자를 이렇게 앞에 놓고 앉아있으니, 욕심이 한 가지 생기는구만." "무슨 욕심인데요?"
"동냥치 주제에 자식이 가당키나 하겠는가만, 나도 자식을 낳아 재롱을 보며 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는구만."
"아, 낳아야지요. 그것이 원이시라면 낳아드려야지요." 옹녀가 자신있게 말했다.
넙죽이가 가져 온 닭죽을 먹고, 각설이 동생들이 모두 피박을 나간 다음이었다.
박달근이 움막을 비운 사이에 옹녀가 비단옷을 벗어놓고 너덜너덜한 각설이 옷으로 갈아입는데, 치마를 미처 다 입기도 전에 박달근이 들어왔다.
"그 옷은 왜 입는가?" 박달근이 물었다.
"아, 각설이를 서방님으로 뫼셨으면 누더기 옷이 맞춤이지요. 비단옷이 당키나하겠소?"
옹녀가 생긋 웃었다. 그 순간 왕초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그러지 말소. 기왕에 있는 비단옷이니, 그냥 입소. 내 아무리 동냥치일망정 비단옷 입은 여자가 좋다네."
"호호호, 허면 내가 늙어 죽도록 비단옷을 입혀줄라요?"
"아, 그것 쯤 못하겠는가? 동냥치라고 깔보지 마소. 자네한테 비단옷 쯤 입힐만한 돈언 늘 있다네."
"참말이요? 그 말씀이. 돈도 있소?" "한번 볼랑가? 알고보면 이 몸이 알부자일쎄, 알부자."
"불알부자가 아니고 알부자란 말씀이요? 새벽에 이녁하고 첫날밤을 치룸서 본깨, 이녁의 솔방울 두개가 크기는 큽디다. 절구질을 할 때 마다 그것이 내 아랫녁을 치는데, 그 재미도 솔찬헙디다."
옹녀가 눈빛을 물들이며 왕초의 가슴패기에 손을 집어넣고 녹두알을 비비작거렸다. "허허, 또 허자고?"
"오랫만에 기름진 닭뼈죽으로 보신을 했으니, 한바탕 놀아봅시다."
옹녀가 왕초의 저고리를 벗기고 바지를 밑으로 내렸다. 벌떡 일어 선 절구공이가 까딱거렸다.
"이녁도 싫지는 않은개비만요. 피박 나간 동상덜이 올랑가 모르니, 얼렁 해치웁시다."
"그러세나, 그러세나. 뻑적지근하던 허리가 눌눌해진 것을 보니,한바탕 절구질은 할 것도 같네."
왕초가 빙긋 웃고는 옹녀의 저고리를 벗기고 치마끈을 풀었다. 귀밑이 벌겋게 닳아오른 옹녀가 뒤로 비스듬히 드러누웠다.
왕초가 허겁지겁 몸을 실어왔다.
"세월이 좀 묵는 것도 아닌디, 천천히, 자근자근 빠사보시요. 서두를 것이 멋이다요? 자칫 첨부터 힘얼 줘서 찧다보면 싸래기 생기기 십상이지요. 자근자근 빠사보시요."
옹녀가 단내 풍기는 숨길을 왕초의 코구멍으로 훅 불어넣으며 속삭였다.
"흐기사, 서두를 것이 멋이겄는가? 설령 동상들이 온다고헌들, 즈그 왕초성님이 신혼방 챙긴 줄을 다 아는 놈들이, 꼬치가리사 뿌리러 오겠는가?"
왕초가 말끝에 계집의 젖통을 입술로 물었다. 흐메, 좋소. 옹녀가 엉덩이를 불끈 들었다 쿵 내려 놓았다.
그렇게 시작된 계집과 사내의 살풀이는 꼭 이레 동안 계속 되었다.
왕초 성님이 수고하시니, 어떻게든 기름진 음식을 잡수시게 해야한다면서 부하들이 십리 이십리 잔치집이란 잔치집을 다 돌아다니면서 얻어 온 돼지고기며 닭뼈다구 고은 국물로 기운을 북돋아 가면서 먹고 잠자는 시간만 빼놓고는 아랫도리 살맞대고 절구통이 이기느냐, 절구공이가 이기느냐, 힘 자랑 쓰임새 자랑을 하듯이 이레 밤낮을 요란을 떨고 난 새벽녁이었다.
계집의 살집에 살몽둥이를 꽂아놓고 엉덩이를 깝죽거리던 왕초 박달근이 임자, 임자, 내가 왜 이런가 모르겄구만, 눈 앞이 아른아른하고 머리 속에 서늘증이 든 것이 상헌 괴기를 먹고 배탈이 났을때처럼 정신이 없구만, 하더니 코에서 코피를 주르르 흘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옹녀가 시방 먼 소리다요? 한참 구름 속을 헤매는 판인데, 하고 쫑알거리며 사내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을 때, 살집 속의 살몽둥이가 먼저 삶은 가지꼴이 되어 저절로 빠져나가더니, 왕초 박달근이 얼굴을 계집의 가슴 봉우리 사이로 털썩 떨어뜨려 묻었다.
순간 옹녀의 등골에서 소름이 오싹 솟았다.
"왜 이러시요? 즈가부지, 왜 이러시요? 멋 땜시 찬물에 숯불 사그라들듯이 사그라지는 것이요? 아, 힘 좀 내 보시요."
왕초를 옆으로 굴러 떨어뜨린 옹녀가 부시시 일어나 사내의 어깨도 흔들어 보고, 코도 잡아 비틀어 보고, 가슴패기의 녹두알도 잡아당겼다가 놓아보고, 마지막으로 삶은 가지를 죽 늘여 몇 번 흔들어 보다가 소리를 질렀다.
"아이구메, 사람들아. 이 양반이 참말로 고태꼴로 가부렀는갑네. 이 일얼 어쩐디야. 멀쩡한 사내 하나를 고태골로 보냈으니, 이 일을 어쩐디야?"
경황중에도 옹녀가 저고리를 걸치고 치마를 입고 옷고름을 매고 치마말기를 조여 묶을 때였다.
거적 밖에서 엿 듣고 엿 보던 놈이라도 있었는지, 아이고, 아이고 성님들, 왕초 성님이 고태골로 가셨는갑소, 얼렁들 나와보시요, 하는 고함이 들렸다.
옹녀가 왕초의 콧구멍에 귀를 가져다 대고 혹시 숨기운이라도 느껴보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각설이 동생 여섯 명이 우루루 달려왔다.
"아이고, 성수님, 성님이 어떻게 되셨다고요? 참말로 숨길얼 놓아뿌렀소?"
넙죽이가 움막 안으로 달려들어와 왕초 달근이의 가슴을 손으로 짚어보고, 코에 귀를 기울이다가 느닷없이 손 하나를 아랫녁 뒷구멍으로 집어 넣어보고는 이것이 무엇이다냐? 하고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났다.
"왜 그러시오? 아주버님." 옹녀가 무슨 일인가 물었다.
넙죽이가 무슨 일이나 마나, 성수님은 꾸린내도 안 나요? 하고 코를 싸쥐고 움막을 나갔다.
"꾸린내라니요? 먼 꾸린내요?" 그렇게 묻던 옹녀가 새삼 코를 벌름거렸다.
경황중에 못 맡았던 구린내가 그제서야 코끝을 간지럽혔다. 먹는 음식이 험해 그런지 냄새가 지독했다.
구린내가 독해서 그런지 아니면 두 눈 부릎뜨고 고태골로 가버린 왕초가 무서워 그런지 여섯 각설이들이 움막 밖에서만 얼쩡거릴 뿐, 안으로 들어 올 생각을 안했다.
옹녀가 이불 호청을 북 뜯어 왕초의 몸을 덮어놓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 멋들 허시요? 이 양반이 세상을 하직하신 것이 분명한데, 보고만 있을 참이요? 이 앙반 처지로 삼일장을 치루겄소? 그렇다고 어디 부고라도 띄울데가 있소? 어떻게 각단을 내야헐 것이 아니요?"
"지들더러 어찌하란 말씀이요? 성수님." 넙죽이가 기중 나이가 많다고 물었다.
"염얼하는 시늉이라도 내서 양지바른 산모퉁이에 묻어는 드려야헐 것이 아니요?"
"아, 묻어디려야지요. 꾸린내가 하도 독해서 그 생각을 못했구만요. 야들아, 허든대로 허자꾸나. 성수님 말씀대로 아무리 왕초 성님일망정 각설이 주제에 삼일장이사 치루겄느냐? 입던 옷 그대로 입혀드리고, 거적대기에 둘둘말아 산사태가 나도 안 떠내려갈만큼만 땅얼 파고 묻어 평장으로 뫼시자."
넙죽이의 말에 껄떡이가 들어와 옷을 입히고, 촐랑이와 꼭지가 거적대기를 구하러갔다.
옹녀가 왕초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생각났다는 듯이 울음을 떠뜨렸다.
"아이고, 즈가부지. 만낸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이 년을 내던지고 그리 혼자 간신다요? 이제 겨우 서방다운 서방을 만내 깨가 쏟아지도록 사는가 했더니, 이리 가시면 혼자 남은 이 년은 어찌 산다요?"
처음에는 명색이 서방이라고 살맞대고 살던 사내가 죽었는데, 눈물 한 방울은 흘려야할 것 같아, 왕초로 모시던 큰 성님의 죽음을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는 부하들의 얼굴보기가 부끄러워 체면치레로 울음을 내놓았는데, 넉두리를 내놓고 코를 훌쩍거리자 가슴에서 울끈 뭉치같은 것이 솟아오르더니, 그것이 눈물이 되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일단 한번 눈물이 시작되자 새삼 설움이 북받쳐 올라왔다.
왕초 박달근을 만나던 날밤에 시댁에서도 버림받고, 친정에서도 내쫓김을 당한 뒤에 죽겠다고 목을 매던 그날밤의 일까지 서러움이 되고 넉두리가 되어 입에서는 하소연이,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 짧게 사실라면 이 년을 뭐하러 살리셨소? 제우제우 사는 재미가 이것이구나, 잠자리 재미가 이런 것이구나, 맛뵈기나 시킬라면 무엇하러 나를 살리셨소? 말 좀 해보시요, 입을 열어 말 좀 해보시요."
옹녀가 주먹으로 왕초의 가슴을 치다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듯 꺽꺽꺽 흐느껴 울며 제 가슴을 치다가 두 주먹으로 황토 깔린 땅바닥을 무너져라 쳐대는데, 왕초의 몸뚱이에 저고리를 입히고 바지를 입힌 넙죽이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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