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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 가루지기전 3. 11~15 (원작:최정주)

    오늘부터는 2회씩 연재 합니다. 즐감 하세여. . .

     

     

     

    각설이 박달근이 놈이 타령을 하듯 넉두리를 늘어놓았다. 

     

    그런 동안에도 계집년의 화덕은 저 혼자 꼼지락꼼지락 사내의 살몽둥이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아자씨의 원한이 크다한들 이 년의 원한보다 크겄소. 청나라 놈들한테 치마를 벗기우고, 사타구니를 벌려줄 때마다 입술을 깨물었소. 

     

    행여라도 그 놈들한테 내가 좋아하는 꼴을 보일까봐, 숨소리 하나라도 오랑캐 놈들의 귀를 즐겁게 할까봐 입을 다물고 숨을 안으로 들이 쉬었소. 

     

    죽은 것처럼 누워 있었소. 죽은 것처럼 누워서 청나라 놈들을 다 받아 주었소.

     

    아매도 내 배 위를 거쳐간 오랑캐 놈이 천 명은 넘을 것이요. 아자씨 말씀대로 천하에 더러운 년이요, 이 년이. 

     

    내 욕심이 과했지요. 엉겁결에 살아났다고 살아갈 욕심을 내다니요. 누울자리 보고 발 뻗으랬는데, 언감생심 이 년이 아자씨를 탐냈는갑소. 

     

    좋소. 어서 가시요. 아까막시 했던 이 년을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준다는 말은 안 들은 걸로 할라요."

     

    옹녀가 말끝에 한숨을 매달았다.

    "아니요, 아짐씨. 내가 잘못했소. 따지고 보면 아짐씨가 오랑캐 땅에 끌려가 사람이 못 당할 수모를 당하고 온 것이 어디 아짐씨 탓이다요? 다 나랏님 탓이고, 사내놈들 탓이지요. 

     

    병정에 나가랬다고 밤도망을 친 나같은 사내놈들 탓이지요. 아짐씨를 이 몸이 맡겠소."

    "참말이요? 내가 기왕에 살아 난 목숨이니, 이 한 목숨 죽을 때까지 아자씨한테 의탁해도 되겄소?"

    "이 몸도 명색이 불알달린 사내놈이요. 어찌 한 입 가지고 두 말을 하겠소? 그나저나 이 놈부터 먼저 죽여야겄소. 한번 쌌는데, 한번 더 싸겄다고 이리 발바둥이 아니요."

     

    각설이 박달근이 놈이 옹녀의 젖통을 물었다가 목덜미를 핥다가 옥녀봉 계곡에 얼굴을 묻으며 절구질을 했다. 

     

    계집의 도구통이 맷돌이 되어 빙글빙글 돌았다. 

     

    절구공이가 확을 내리칠 때마다 맷돌이 왼 쪽으로 한 번, 오른 쪽으로 두번 빙빙 돌았다. 

     

    맷돌이 힘에 겨워 잠시 멈추고 있을 때면 거머리가 살몽둥이를 물어 뜯었다.

     

    "흐메, 나 죽겄네. 아짐씨 거시기가 참으로 이상한 거시기요. 내가 숱허게 많은 계집을 가지고 놀아보았지만, 이런 거시기는 첨이요. 내 동무 중에 잡놈이 하나 있었는데, 그 놈이 여자의 거시기 중에는 사내를 죽이는 거시기도 있다고 했는데, 아짐씨 거시기가 그런 거시긴갑소."

    각설이 박달근이 놈이 숨을 헐떡이며 잠시 몸짓을 멈추었을 때였다. 

     

    옹녀가 사내의 목덜미를 부여안고 벌떡 일어나 앉더니, 그대로 슬그머니 밀어 쓰러 뜨렸다. 

     

    달이, 어느새 중천에 나온 달이 너 이제 죽었다, 너 이제 죽었다, 하며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아자씨는 가만히 있으시요. 서로 좋자고 하는 짓인데, 아자씨만 힘을 써서야 되겄소."

     

    계집이 중얼거리다가 절구대를 뻣뻣하게 세워놓은 채 절구통을 움직여 절구질을 했다. 

     

    세 번은 얇게, 한번은 깊게, 그러다가 흥이나면 대여섯 번을 깊게 하다가, 맷돌이 되어 빙빙 돌아댔다.

    "아이고, 아짐씨, 나 죽겄소. 그만 허시요. 그만 허시요. 눈앞이 노래지는 것이 내가 아무래도 고태골로 갈 것 같소."

     

    하늘의 달이 흔들린다 싶더니, 갑자기 눈앞이 노랗게 변한 각설이 박달근이 비명을 내질렀다.

    '이것이 혹시 여시가 아닐까. 아흔 아홉 명의 사내를 잡아먹고 마지막 한 사내를 잡아 먹으면 사람이 된다는 백년 묵은 여시가 아닐까? 어쩌면 귀신일지도 모르지. 사내한테 포한이 진 색녀가 죽어 된 귀신인지도 모르지. 내가 저녁에 꼼짝없이 죽었구나. 여그서 영영 고태골로 가려는갑구나. 아이고, 엄니, 나 좀 살려주시요.'

    사내가 그러건 말건 계집의 맷돌질은 이제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크르릉 크르릉, 김초시네 누렁이가 짖는 소리를 내다가, 그렁그렁 십년 묵은 해소병 환자의 숨소리를 내다가, 아으으으 아으으으 암내 난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다가, 으으으으으, 하늘을 향해 고함을 질러대던 계집이 사내의 가슴에 덜퍽 엎으러 졌다. 

     

    그 순간 사내는 살몽둥이가 뿌리채 뽑히는 통증과 함께 정신을 깜박 놓아버렸다.

    옹녀가 몇 번 더 맷돌을 돌리다가 사내의 몸에서 내려왔다. 

     

    언제 그리 당당했느냐는 듯이 사내의 거시기는 삶아 패대기를 쳐놓은 가지처럼 배꼽을 향해 누워있었다. 

     

    그걸 잡고 두어번 흔들어보다가 옹녀가 빙긋 웃었다. 

     

    따지고 보면 난생 처음 경험해 본 질펀한 살풀이였다.

     

    청나라에 끌려가기 전에 서방님과 한 해 남짓 살았다고는 해도 늘 가슴 한 쪽이 비어있던 살잔치였다. 

     

    자기 혼자 낑낑대다가 겨우 화덕이 달구어질만하면 옆으로 돌아눕던 서방님이었다. 

     

    그때는 부끄러워 혼자 서둘러 끝내지 말고 함께 구름을 타자는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청나라에 끌려가 오랑캐놈들한테 당할 때에는 입술을 악물고 죽은듯이 누워 있었다. 

     

    가끔은 청나라 놈도 사내인데, 사내라면 다같은 사내지, 조선 사내 다르고 청나라 사내 다를까하는 생각에 맷돌도 돌리고 싶고, 절구통 방아도 찧고 싶은 것을 가슴에 쌓인 원한으로 견디어낸 옹녀였다.

    비록 동냥으로 살아가는 각설이 사내일 망정 모처럼 조선 사내와의 흐벅진 살잔치에 옹녀는 가슴에 쌓인 원한이며 서러움이 봄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들이 사라진 자리에 아직도 거시기가 스스로 움죽거리는 황홀감이 전신을 감싸고 돌았다.

    "이보시요, 아자씨. 그만 정신을 채리시요. 이러다가 부지런한 농부 아자씨라도 나오면 어쩔라고 그러시요. 얼른 정신을 채리시요."

     

    옹녀가 어깨를 흔들면서 말했다. 그래도 사내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혹시 이 양반이 고태골로 가버린 것은 아닐랑가?'

     

    그제서야 겁이 덜컥 난 옹녀가 사내의 가슴에 귀를 댔다. 

     

    조금씩 움직이는 기운이 느껴졌다. 

     

    죽지는 안 했구만, 그리 생각한 옹녀가 손 하나를 슬며시 사내의 사타구니로 가져갔다. 

     

    번데기를 품은 누에고치만한 거시기가 손가락 끝에 잡혔다. 

     

    그걸 살살 문질러 주자 조금씩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눈을 번쩍 뜬 사내가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서둘러 바지를 올리고 저고리를 입었다.

    "흐따, 아자씨. 이 년은 아자씨가 고태골로 가버리신 줄 알았소. 아무리 계집년의 살맛을 못 보고 살았다고 그렇게 정신을 놓아버리는 법이 어딨소?"

    "말도 마시요, 아짐씨. 내가 꼭 죽는 줄만 알았소."

    "아무리 이 년이 아자씨를 죽이기야 하겠소? 죽일 것이 따로 있지. 아매도 한 풀이를 하느라 그랬는갑소. 삼년만에 조선 사내허고 살을 맞추다 보니, 나도 모르게 흥이 올라 그랬는갑소. 어떠시요? 살린 김에 또 한번 죽이고 갈까요?"

    옹녀의 말에 각설이 박달근이가 걸망을 얼른 어깨에 메었다. 

     

    "아, 싫소. 아짐씨가 나럴 고태골로 보내기로 작정을 했는갑소이. 아까막시 내가 아짐씨를 책임지겄다고 했는데, 그 말도 없는 걸로 헐라요. 아짐씨허고 며칠만 살면 내가 죽제 못 살것소. 나는 나 갈데로 갈 것이니, 아짐씨는 아짐씨 갈 데로 가보시요."

    각설이 박달근이 아직 옷도 입지 않은 옹녀를 남겨놓고 자기 혼자 부지런히 걸어갔다.

    "아, 함께 가십시다. 사내가 한번 말을 내뱉았으면 설령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켜야지요. 이 년은 인자 아자씨의 계집이니, 구워 먹던 삶아 먹던 알아서 허시요."

     

    부지런히 옷을 입은 옹녀가 저만큼 가고 있는 각설이를 따라갔다. 

     

    두번의 살풀이에 녹초가 되었는지 각설이의 걸음걸이가 비틀거렸다. 

     

    그런 걸음으로는 죽을 둥 살 둥 도망을 친다고 해도 담배 한 대참이면 잡을 것 같았다. 

     

    옹녀가 서두르지 않고 바람만바람만 따라갔다.


    "내가 사내 잡아먹는 색녀가 있다는 말은 진즉에 들어보았지만, 아무래도 아짐씨가 그런 여자같소. 시집을 한번 갔었다고 했지요? 어떠시요? 서방님은 무사했소? 혹시 서방님이 복상사를 한 통에 청나라 놈들한테 끌려갔던 것은 아니요?"

     

    각설이 박달근이 돌아보며 물었다.


    "아무러면 이 년이 서방님을 잡아 먹었겠소. 오랑캐 놈들한테 안 좋은체 아랫녁에 힘을 주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리된 것 같소. 어쩝디까? 좋기는 좋습디까?"

    "좋고 말고가 어딨겄소? 내가 정신을 놓은 것을 보면 알 것이 아니요. 조금 전에 내가 했던 말은 참말이요. 이 몸은 아짐씨가 무섭소."

    "흐흐, 아자씨가 호강에 겨웠는갑소."

     

    옹녀가 싱긋 웃으며 각설이 놈의 팔장을 끼었다. 

     

    각설이가 흘끔 돌아보며 속으로 빙긋 웃었다. 

     

    생각해보면 횡재도 이런 횡재가 없는 것이었다. 

     

    아직도 사지육신이 팽팽한 젊은 계집이 아닌가

    비록 청나라 오랑캐들한테 몇 해 동안 시달리고 왔다고는 해도 움막에 들여 앉히고 밥수발 옷수발에 몸수발까지 들게한다면 김초시네 홀아비 머슴 놈이 부럽지 않을 판이었다. 

     

    까짓 것 고태골로 갈때 가더라도 사람답게 한번 살아보자. 각설이가 그런 생각을 하는데 옹녀가 말했다.

    "아자씨, 우리가 만난 것도 인연이고, 아자씨가 나를 살려준 것도 인연이니, 사는데까지 한번 살아보십시다."

     

    "허허, 그러자구. 인자부터 임자는 내 마누래구만. 움막에 가면 동생들이 여섯 놈이 있구만. 그 놈들한테도 형수 노릇 잘 하라구. 설마 내가 임자한테 피박이야 시키겄는가? 보아하니, 옥녀마을이 탯자리인 모냥인데, 사람들 눈이 무서울 것이지만. 움막에서 얼굴 숨기고 살면 어떤 시러베 아들 놈이 동냥치 움막까지 기웃거리겄는가?"

     

    "걱정 마시요, 아자씨. 이 년은 시댁도 안 무섭고 친정집도 안 무섭소. 그까짓 소문이 나면 어떻다요? 환향녀라고 내쫓은 사람들이 나한테 뭐라고 하겠소. 이 년은 이미 죽은 몸이요. 아자씨가 살려주셔서 살아났지만, 올가미에 목을 매다는 그 순간에 이미 옹녀는 죽은 몸이요. 고맙소, 아자씨. 죽은 목숨을 살려주셔서 고맙소. 내 아자씨를 하늘같은 지아비로 모시고 살겠소."

    "고맙구먼. 경기도 안성에 있는 내 마누라가 들으면 임자가 고맙다고 절을 열번도 더 하겠구만. 흐기사, 사람의 인연을 누가 막는단가? 사는데까지 살아보세."

    각설이가 옹녀의 어깨를 가만히 안아 주었다. 

     

    그런 사내를 돌아보며 웃는 옹녀의 가슴에서 꽃바람이 불고 있었다. 

     

    열 여섯 어린 나이로 혼례상 앞에 서서 가만히 고개를 들어 사모관대를 쓴 서방님을 훔쳐보았을 때같은 꽃바람이 불고 있었다.

    "여그구만. 여그가 내 움막이구만."

     

    날이 번히 밝아올 무렵에 산밑 움막에 도착한 각설이 박달근이 옹녀를 돌아보았다. 

     

    아직 이른 시간이기 때문일까. 움막은 조용했다.

    "야이, 싹동머리 없는 놈들아. 왕초형님께서 오셨는데, 잠만 쳐자빠져자고 있냐?"

     

    각설이 박달근이 움막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움막 안에서 각설이 여섯 놈이 한 달음에 쫓아 나왔다. 

     

    미처 허리띠를 못 맨 놈은 허리띠를 매면서, 저고리를 못 걸친 놈은 저고리 소매에 팔을 끼우면서, 잠결에 놀라 뛰어 나오는 어떤 놈은 절반쯤 밑으로 내려간 바지를 끌어올리면서 달려 나와 박달근 앞에 넙죽 엎드렸다.

    "이놈들아, 어르신께서 귀가도 안허셨는데, 잠이나 자빠져 자?"

    "옥녀 마을 물레방아간에서 미친년이라도 만나시는 줄 알았구만유."

     

    각설이 중에 나이가 박달근이 다음으로는 많아 보이는 놈이 고개를 넙죽거리며 말했다. 

     

    박달근이 놈의 엉덩이를 여지없이 걷어찼다.

     

    "아이고고, 넙죽이 놈 죽소. 좀 살살 차시요, 왕초 성님."

     

    넙죽이 놈이 엉덩이를 부여안고 데굴데굴 딩굴었다.

    "느그놈들한테 할 얘기가 있으니, 모두들 고개를 들그라. 내가 어제밤에 느그 성수님을 보았니라. 느그 성수님과 첫날밤을 치루느라 늦게 왔으니 그리 알고, 한 놈씩 나와 큰 절로 인사를 드리거라."

    각설이 여섯 놈이 일제히 고개를 들어 옹녀를 올려다 보았다. 

     

    얼굴이며 목덜미에 비록 때구정물은 끼었을 망정 기운이 넘치는 모습들이었다. 

     

    제일 먼저 박달근한테 엉덩이를 채었던 놈이 양손을 가슴에 모았다가 엎드려 땅을 짚으며 큰 절을 했다.

    "이놈, 넙죽이구만유. 성수님을 아씨마님으로 모시겄구만유."


    "반갑소. 느닷없이 한 식구가 되었소. 앞으로 정 있게 잘 살아 보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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